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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에릭 사티 / 3개의 짐노페디

Erik Satie / Trois “Gymnopedies” 槪說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정치, 사회, 문화적 격변기에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지향했던 에릭 사티(Eric Alfred Leslie Satie, 1866 – 1925)는 철저하게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반골 기질이 강하고 사교성이 부족했으며, 게다가 독선적이었다고 한다.

 

Erik Satie

이런 사티의 기질적 성향은 그의 개인적인 삶을 불행하게 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사티만의 개성과 독창성으로 승화되어 높이 평가되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티는 1879년 파리음악원에 입학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으나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 3년 후 재입학을 했지만 다시 자퇴했으며, 이어 1886년에 군에 입대했지만 역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병을 얻어 몇 달 후 의병 제대를 한다. 하지만 군 생활 중에 읽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소설 《살람보 Salammbô》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고, 그 때 얻은 영감이 짐노페디를 작곡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1887년 사티는 파리 몽마르트로 이사를 했고, 거기서 카바레(cabaret; 1880년대 프랑스에 성행했던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 작은 술집, 일종의 사교 클럽 같은 곳) ‘검은 고양이(ChatNoir)’의 피아니스트가 되어 연주로 연명했으며, 작곡에도 몰두하여 이 시기에 그의 대표작 짐노페디(Gymnopedies)와 6개의 그노시엔느(Gnossiennes, 1890년작) 등이 탄생한다.

 

특히, 사티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한 짐노페디는, 플로베르의 《살람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낭만주의 시인 파트리스 콩떼미뉘(J. P. Contamine de Latour)의 시 〈고대인 Les Antiques(The Ancients)〉에서도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콩떼미뉘는 사티가 연주하는 ‘검은 고양이’의 단골손님이었으며, 두 사람은 곧바로 친해져서 서로 두터운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또한 두 사람이 교류하던 시기에 <짐노페디>와 <고대인>이 각각 작업되었으며, 사티는 콩떼미뉘의 시 <고대인>에 나오는 ‘짐노페디아와 사라방드를 뒤섞어 춤추네<Mêlaient leur sarabande à la gymnopédie>’라는 구절에서 이 곡의 제목을 떠올린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한편, 사티의 “짐노페디”는 1888년 2월에 착수하여 두 달 후인 4월에 완성되었으며, 출판은 그 해 8월에 이루어졌다. 이후 이 곡은 사티와 절친했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에 의해 1번과 3번이 관현악으로 편곡되고, 또한 작곡가이자 음악학자인 롤랑 마뉘엘(Roland-Manuel)에 의해 2번이 관현악으로 편곡되기도 했다.

 

음악적 구성

모두 3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번 느리고 비통하게(Lent et douloureux)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서 많이 쓰고 있는 장 7도 화음을 사용해 매우 신비로운 느낌을 갖게 하는 곡이다.

왼손의 G음과 오른손 F샤프의 불협화음이 미묘하게 교차되며 줄곧 느리게 움직이지만 그 빈 여백은 듣는 이의 사색으로 채울만큼 깊이가 있다. 신비스럽고 단순한 코드 진행이지만 4마디 이후 오른손의 멜로디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전체 30마디는 절제된 구조로 반복되지만 화성과 비화성의 움직임, 길이가 다른 프레이징 때문에 다이나믹한 변화가 없어도 불안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진행된다.

 

제2번 느리고 슬프게(Lent et triste)

조표가 사라진 C장조에서 4마디의 전주가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엇박자로 시작되는 1번과는 달리, 정박자로 시작하는 멜로디 선율이 18마디까지 “4마디의 같은 리듬” 패턴으로 움직이다가 19마디부터 간격이 좁아진 감화음 (diminished chord) 위에 오른손의 긴 음들이 자연스러운 엇박자를 만들어낸다. 이어 처음에 시작했던 멜로디가 혼란스럽게 반복되다가 여운을 남긴 후 마무리된다.

 

제3번 느리고 장중하게(Lent et grave)

희미했던 1-2번의 조성과 다르게 3번은 장중한 느낌을 갖으며 A 단조의 선명한 화성으로 무겁게 진행된다. 전체 60마디 동안 끝날 듯 말듯 한 종지부가 곡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다가 마지막 음이 다시 시작처럼 A단조의 화성을 드러내며 마무리된다.

 

연주 정보

프랑스 피아니스트들의 명연이 많다. 그 중 사티를 정신적인 아버지로 삼았던 프랑스 6인조(Les six)중의 한 명이자 피아니스트인 프란시스 풀랑크(Francis Poulenc)의 1950년 녹음은 사장될 뻔한 사티의 음악을 부활시킨 역사적인 명연이다. 당시 프랑스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었던 풀랑크가 이 곡을 녹음하자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사티를 재인식하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녹음된 것 중에는 프랑스 현대 음악의 권위자인 알도 치콜리니(Aldo Ciccolini)의 1956년 녹음이 있다. 치콜리니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 곡을 녹음했으며, 1966년 녹음과 1986년 녹음도 시대를 대표하는 명연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치콜리니와 함께 프랑스 현대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는 장 조엘 바르비에 (Jean Joel Barbier)의 1971년 녹음, 프랑스 클리다(France Clidat)의 1979년 녹음,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파스칼 로제(Pascal Roge)의 1983년 녹음, 안느 케펠렉(Anne Queffelec)의 1988년 녹음, 끌레르 슈발리에 (Claire Chevalier)의 2008년 녹음, 그리고, 한때 선풍을 일으켰던 장 이브 티보데 (Jean Yves Thibaudet)의 2002년 녹음도 널리 정평이 난 명연들이다.

 

그 외 지휘자로도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라인베르트 데 레우(Reinbert de Leeuw)의 1977년 녹음, 스웨덴의 피아니스트 롤랜드 폰티넨(Roland Pontinen)의 1986년 녹음, 프랑스에서 활약한 한국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1990년 녹음, 튀르키예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파질 세이(Fazil Say)의 2018년 녹음도 픙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뉘앙스를 살린 명연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 두산백과 / 에릭 사티, 짐노페디

Erik Satie / Trois Gymnope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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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e : Trois Gymnopedies (사티 : 3개의 짐노페디)
아티스트
Joao Paulo Santos
앨범
사티 : 피아노 작품집 (Erik Satie : Piano Works)
발매일
1970.01.01

Selected Sound 鑑賞

에릭 사티 / 3개의 짐노페디

Erik Satie / Trois “Gymnopedies”

 

Performer 略歷

· Aldo Ciccolini: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 프랑스 귀화 피아니스트

 

Composer 略歷

· Erik Satie: 프랑스의 작곡자, 피아니스트

 


에릭 사티 / 3개의 짐노페디 앨범 이미지
에릭 사티 / 3개의 짐노페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