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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알프스 교향곡, Op. 64

Richard G. Strauss / Eine Alpensinfonie(An Alpine Symphony) for Orchestra, Op.64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51세 때인 1915년에 완성한 대작 [알프스 교향곡]은 유럽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풍경을 묘사한 걸작 교향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바이에른주 출신이다. 그는 후기 낭만파 작곡가로서의 당대 음악 논쟁에서 처음에는 고전적 형식을 지향하는 보수적인 브람스파의 입장을 취했지만 점차 미래음악을 추구하는 진보적 바그너파로 노선을 전향하게 되며, 진보적인 음악형식이었던 표제음악적 교향시를 쓰게된다. 교향시란 음악을 통해 회화적 내용이나 문학적 내용을 묘사한 음악을 말한다.

 

1908년, R.슈트라우스는 뮌헨 서남쪽 60km쯤에 있는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 산장을 지었다. 지휘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아름다운 산장에서 작곡에 몰두했는데,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훤히 보이는 곳이어서 산을 사랑한 작곡가는 이 은신처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알프스 교향곡]의 대부분은 이 산장에서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R. 슈트라우스는 등산을 즐겨했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슈트라우스는 1891년 폐렴을 앓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직면했다. 이듬해에는 늑막염과 기관지염을 앓는 등 잦은 병치레 이후에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등산같이 힘든 운동은 그에게 무리였다고 한다.

 

한편 [알프스 교향곡]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1878년 작곡가가 14세 때 겪은 등산 체험으로 알려져 있다. 슈트라우스는 1878년 8월말, 독일 뮌헨과 가르미슈 사이에 있는 무르나우에서 출발해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떠났다. 그러나 한밤중인 2시에 출발해 5시간쯤 산 비탈길을 오르다가 도중에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좁은 길조차 없는 어두운 길을 3시간이나 걸어 내려와야 했고, 총 12시간쯤 걸었다고 한다. 험한 산 속에서 비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슈트라우스는 우연히 근처의 농가를 발견했고 거기에 머물 수 있게 되어 큰 사고의 위험을 모면했다. 작곡가는 그때 그곳에서 고생스러웠던 산행의 경험을 음악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바로 다음날 피아노로 그 상황을 표현했다고 한다.

 

[알프스 교향곡]은 R.슈트라우스가 관현악을 위한 연주회용 곡으로 쓴 마지막 작품으로,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알프스 산맥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교향곡이지만 표제를 갖고 있고, 악장 형식도 자유롭게 구성돼 있다. 이 곡은 교향곡이란 제목이 붙어 있지만 형식상 교향시로 분류된다. 그리고 각 악장이 세분화된 형식이 아니라 전체가 쉬지 않고 하나의 악장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표제라고 해서 [알프스 교향곡]에 반듯하게 정리된 타이틀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악보 여기저기에 ‘해돋이’라든가 ‘정상에서’라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곡에서 R. 슈트라우스는 등산 도중 마주치게 되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자연스럽고 세심하게 묘사하였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며 정상에 오르는 힘든 등산 과정이나 자기 극복 과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것은 R. 슈트라우스의 경우 리스트의 교향시가 견지하고 있는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음악적 문법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R.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싶었을 뿐이며, 자연을 향한 인간의 강렬한 동경을 묘사하듯이 그리려고 했을 뿐이다.

 

곡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전체적으로 (1) 서주 - 출발 전의 정경, (2) 제1부 - 정상에 이르기까지, (3) 제2부 - 정상에서의 기분, (4) 제3부 – 하산, (5) 피날레 - 도착의 감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발부터 하산까지 등산 과정을 차례대로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알프스에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풍경이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밤’ ‘일출’ ‘등산’ ‘숲속에 들어감’ ‘시냇가를 걷다’ ‘폭포에서’ '장관' ‘꽃피는 초원에서‘ ’목장에서‘ ’숲속을 가다 길을 잃다‘ ‘빙하에서’ ‘위험한 순간’ ‘정상에서’ ‘공상’ ‘안개가 낀다’ ‘해는 점차 희미해지고’ ‘비가’ ‘폭풍 직전의 고요함’ ‘천둥번개와 폭풍, 하산’ ‘일몰’ ‘여운’ ‘밤’ 이런 순서로 22개의 장면들이 나란히 모여 단일 악장을 이룬다. 각각의 곡에서 R.슈트라우스가 발휘하는 뛰어난 관현악법이 깊은 인상을 남기며,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음악적 묘사가 놀랍다.

 

각 악장이 묘사하고 있는 줄거리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은 재밌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알프스 산맥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다가 장엄한 일출을 만나게 되고, 찬란하게 묘사된 폭포와 목장의 종소리가 들리는 알프스의 초원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다 아찔한 빙하와 마주치게 되고 위험한 순간들을 극복하며 산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감격스러운 정상 정복 이후 내려오는 길에서 폭풍우가 밀어닥칠 것이라는 복선이 조용히 깔린다. 마침내 폭풍이 몰아치게 되고 위협적인 순간들이 펼쳐진다. 격렬한 폭풍이 지난간 후 알프스에는 다시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하산길에서 등산객은 지금껏 산 속에서 겪은 일들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알프스 산행을 회상하는 이 에필로그에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작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 naverCast / R.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Selected Sound

Richard G. Strauss / Eine Alpensinfonie(An Alpine Symphony) for Orchestra, Op.64

Conductor

Composer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즈코 에스트라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알프스 교향곡 앨범 이미지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즈코 에스트라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알프스 교향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