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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도니체티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Gaetano Donizetti / Una furtiva lagrima from the Opera L’elisir d’amore 解說

‘사랑의 묘약(Liebestrank)’이라 불리는 신기한 마법의 약이 등장하는 바그너의 걸작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탄생하기도 전에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가에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는 희극성과 진지함이 뒤섞인 멜로 드라마 “사랑의 묘약”으로 이 중세의 트리스탄 전설을 패러디했습니다. 묘약으로 인한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만든 것이죠. 마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의 이야기인 만큼, 묘약 역시 마법의 효력이 없는 돌팔이 약사의 사기행각으로 풀이됩니다.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로 유명한 바로 그 작품인데, 도니체티 오페라의 대본은 원래 프랑스 작곡가 다니엘 오베르가 작곡했던 외젠 스크리브의 대본 “미약(Le Philtre)”을 토대로 삼았다고 합니다.

 

작곡가 Gaetano Donizetti의 프로필 사진

들판에서 일하던 농부들과 처녀들이 잠시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지주의 딸인 여주인공 아디나는 다른 쪽 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디나를 흠모하는 네모리노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는 얼마나 예쁜지 Quanto e bella’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마침 이 마을에 주둔하게 된 군대의 미남 장교 벨코레가 나타나, 아디나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꽃다발을 바치며 ‘그 옛날 파리스처럼 Come Paride vezzoso’을 노래합니다. 벨코레의 자신만만한 구애에 아디나는 “난 급할 거 없어요” 하며 여유를 부리지만, 정작 다급해진 건 네모리노 쪽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아디나에게 다시 사랑을 애걸해보지만 아디나는 제발 희망을 버리라고 충고하며 클라리넷과 함께 ‘산들바람에게 물어봐 Chiedi all'aura...’라고 노래합니다. 그러자 네모리노는 ‘시냇물에게 물어봐’라는 아리아로, 아디나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이때 이 마을에 약장수의 마차가 도착합니다. 19세기 초 유럽의 약장수란 신약을 개발한 의학박사나 약학박사 또는 사기꾼으로, 우리나라 약장수와 마찬가지로 예외 없이 만병통치약을 판매했습니다. 피가로 같은 이발사처럼 ‘만능해결사’이며 시민사회의 새로운 오페라 주인공이죠.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모든 병을 고쳐주는 만병통치약’을 내놓는 약장수 둘카마라(‘시골양반들, 내 말 좀 들어봐요Udite, udite, o rustici’)는 ‘혹시 옛 이야기에 나오는 것 같은 사랑의 묘약도 파느냐’고 묻는 순진한 네모리노에게 싸구려 포도주를 묘약이라고 속여 비싼 값에 팝니다.

 

가짜 묘약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네모리노는 아디나를 보고도 “내일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러나 부대와 함께 다음날 다른 곳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은 벨코레가 급히 청혼하자 아디나는 건방져진 네모리노를 골려 주려고 그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이에 절망한 네모리노는 ‘아디나, 내 말을 믿어줘 Adina, credimi’라며 아디나에게 결혼날짜를 하루만 늦춰달라고 애원합니다.

 

아디나와 벨코레의 혼인잔치가 시작됩니다. 네모리노는 얼른 약효를 얻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사랑의 묘약을 한 병 더 사려고 하지만, 이미 가진 돈을 약 사는 데 다 써버린 처지입니다. 입대하면 당장 현찰로 20스쿠디를 받는다는 벨코레의 말에 네모리노는 입대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돈을 받아 묘약 한 병을 더 사 마십니다. 그때 동네 처녀 자네타는 네모리노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소문을 다른 처녀들에게 몰래 전해줍니다. 그 얘기를 듣고 동네 처녀들이 다들 네모리노에게 달려들어 아양을 떨자, 이 사실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드디어 묘약의 효과가 나타나는 줄 알고 무척 기뻐합니다.

 

한편 약장수에게서 ‘묘약’ 얘기와 네모리노의 입대 동기를 전해들은 아디나는 그 절실한 사랑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이때까지 아디나와 네모리노는 네모리노가 유산을 상속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죠. 한결같은 진심과 정열에 감동 받은 아디나의 눈에 후회의 눈물이 고이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며 네모리노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을 벅찬 마음으로 부릅니다. "이제 아디나도 날 사랑하는 게 분명해. 저 눈물을 보면 알아. 아디나의 뛰는 가슴을 한 순간이라도 느껴볼 수만 있다면, 내 한숨을 그 숨결에 섞을 수만 있다면. 그때는 죽어도 좋아. 더는 바랄게 없어.” 벨코레에게 돈을 주고 입대 계약서를 되찾아 온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그 계약서와 함께 자유를 되돌려줍니다(‘받아, 너는 이제 자유야 Prendi, per me sei libero’). 사랑이 이루어지자 네모리노는 묘약의 힘을 더욱 믿게 됩니다. 약장수는 모두의 감사와 환호 속에 마을을 떠납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사랑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벅찬 감격을 담은 노래지만, 바순의 서글픈 선율에 실려 나오면서 이제까지 진행된 극과 음악의 희극적이고 들뜬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그래서 “사랑의 묘약”의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는 ‘이 장면에 이 아리아가 들어가면 극의 흥이 갑자기 깨진다’며 도니체티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작곡가는 이 아리아를 꼭 이 대목에 넣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대본가가 걱정한 대로 1832년 밀라노 카노비아나 극장 초연 때 관객들은 이 아리아에 전혀 열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생뚱맞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관객들은 차츰 이 아리아의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선율과 절절한 표현력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노래는 “사랑의 묘약”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공연시간 내내 기다리고 기대하는 최고의 아리아가 되었답니다.

 

  • naverCast /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Selected Sound 鑑賞

Gaetano Donizetti / Una furtiva lagrima from the Opera L’elisir d’amore

 

Performer 略歷

· Seil Kim: 대한민국의 성악가(테너), 교수

 

Composer 略歷

· Gaetano Donizetti: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유명한 작품으로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사랑의 묘약》이 있으며, 도니체티는 빈첸초 벨리니, 조아키노 로시니와 함께 19세기 전반 벨칸토 오페라를 주도하였다.


테너 김세일: 도니체티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앨범 이미지
테너 김세일: 도니체티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