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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바흐 /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1068

J. S. Bach /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BWV 1066~1069]은 여러 가지 점에서 모순적인 작품이다. 독일적인 다성음악의 특징이 나타나면서도 프랑스 궁정 품의 세련되고 우아한 양식이 공존하는가 하면, ‘모음곡’(suite) 장르로 분류되면서도 전통 모음곡이 갖추어야할 틀을 갖추지 않았으며, 자필 악보의 분실로 작곡 동기나 작곡 연대가 불분명해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모순적이고 불확실한 점들이 바로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음곡 4곡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멋진 ‘서곡’들을 들어보자. 그 화려하고 장대한 악상은 처음부터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 웅장한 서곡을 듣고 있으면 루이 14세 시대 프랑스 궁정의 화려함과 위엄이 느껴진다. 실제로 바흐가 모델로 했던 음악도 프랑스 음악이다. 바흐는 옛 프랑스 오페라나 발레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던 ‘프랑스 서곡’ 모델을 그대로 따라 먼저 느리고 위엄 있는 서곡으로 관현악 모음곡을 시작한다. 느린 도입부에 이어 템포가 빠르게 바뀌면 길고 화려한 음악이 이어진 후 마지막에는 다시 느린 부분으로 되돌아와 마무리되는 진행방식은 륄리의 프랑스 서곡과 매우 유사하다. 바흐가 그의 관현악 모음곡을 그저 ‘서곡’(overture)이라 부른 것도 각 모음곡의 서두를 장식하는 ‘서곡’이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가장 길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곡의 음악적 분위기가 프랑스 궁정의 화려한 생활을 연상시키는 까닭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1번]과 [2번]의 서곡에 대해 “멋지게 차려 입은 남녀들이 웅장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대의 음악애호가들 역시 서곡의 느린 도입부를 들으면서 괴테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우아함과 고상함으로 가득한 춤곡 선율들은 로코코 양식의 이상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서곡 중간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빠른 푸가 풍의 음악은 대위법의 대가 바흐만이 해낼 수 있는 정교한 다성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독일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바흐는 여러 가지 선율을 솜씨 좋게 엮어내며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4곡의 관현악 모음곡 모두 자필악보가 남아있지 않아 작곡 동기나 작곡 연대는 불확실하다. 어떤 학자들은 [모음곡 1번]과 [2번]은 바흐가 쾨텐 궁정에서 일하고 있던 1721년경에 작곡됐고 [3번]과 [4번]은 바흐가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던 1729년부터 1736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모음곡 2번]과 [3번]이 라이프치히 시절에 작곡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정확한 작곡연대는 알 수 없지만 바흐가 이 모음곡을 쾨텐 궁정에서 연주했을 뿐 아니라 라이프치히 시절에는 콜레기움 무지쿰과 연주한 것은 확실하며, 콜레기움 무지쿰과 이 모음곡을 연주할 당시 악기 편성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음곡 3번과 4번이 더 웅장한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관현악 모음곡은 바흐가 라이프치히 시절에 연주했던 버전으로, [제1번]과 [제2번]의 경우 현악기와 목관악기 위주의 소 편성으로 되어있는데 비해, [제3번]과 [제4번]은 팀파니와 트럼펫까지 가세한 대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연주된다.

 

G선상의 아리아로 유명한 모음곡 3번의 "에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을 거론한다면 역시 “관현악 모음곡 제3번”일 것이다. 그 까닭은 ‘G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G string)’로 편곡된 2악장 ‘에어(Air)’ 때문이다.

 

19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August Wilhelmj)는 현악합주로 연주하는 바흐의 ‘에어’를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G선상의 아리아’로 편곡해 바흐의 멜로디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가보트’, ‘부레’, ‘지그’ 등 활기찬 음악 덕분에 관현악 모음곡 3번은 4곡의 관현악 모음곡 가운데 가장 즐겨 연주되고 있다. 또한 트럼펫과 팀파니, 오보에 및 현악기가 편성되어 웅장한 맛을 한껏 살려낸 ‘서곡’은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강한 인상을 전해준다.

 

  • naverCast / 바흐, 관현악 모음곡


Selected Sound

J. S. Bach /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

Conductor

Composer


바흐의 관현악모음곡 앰범 표지 이미지
J. S. Bach /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


J. S. Bach / Air from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