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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브람스 / 현악 6중주 1번, 제2악장

Brahms / String Sextet No.1 in B flat major, Op.18, 2nd Movement

브람스가 남긴 작품들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장르는 역시 교향곡, 협주곡, 서곡 등의 관현악일 것이다. 하지만 작품 번호 122번에 이르는 그의 작품 목록에서 관현악곡은 관현악 반주가 붙은 성악곡을 포함하더라도 22곡을 넘지 않는다. 사실 브람스의 음악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르는 실내악인데, 그가 남긴 실내악곡들은 거의 예외 없이 19세기 독일 낭만파 실내악 장르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명작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브람스는 실내악의 어느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편성에 걸쳐 고른 수량의 작품을 남겼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그런데 브람스의 실내악에는 다소 독특한 구석이 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피아노 5중주 (그리고 물론 클라리넷 작품들을 빼놓을 수 없지만) 등과 더불어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현악 6중주’를 꼽게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현악 6중주곡 제1번]은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는 ‘현악 6중주’가 실내악 장르에서 다소 이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브람스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각 두 대씩 기용한 ‘현악 6중주곡’을 두 곡 남겼는데, 1860년의 [제1번 B♭장조]와 1865년의 [제2번 G장조]가 그것이다. 이런 편성의 곡은 실내악의 역사에서 드문 편으로, 브람스 이전의 사례로는 보케리니(Luigi Boccherini, 1743-1805)와 슈포어(Spohr, 1784-1859)의 작품 정도를 찾아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브람스는 왜 이런 이례적인 장르에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의 [교향곡 제1번]과 비슷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

 

다시 말해서, 베토벤의 걸작들을 의식한 나머지 ‘현악 4중주’를 피해서 ‘현악 6중주’를 작곡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다. 참고로 [현악 6중주 제1번]은 현악기만을 사용한 것으로는 브람스의 첫 번째 (살아남아 출판까지 된) 실내악곡이었는데, 주지하다시피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현악 4중주’이다. 한편 ‘5중주’가 아닌 ‘6중주’로 편성이 늘어난 이유로는, 슈베르트의 [C장조 5중주곡]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하튼, 브람스가 두 개의 [현악 6중주곡]을 쓴 이래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즉 19세기 후반에 드보르자크의 [A장조 6중주곡], 차이콥스키의 [피렌체의 추억],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등의 명작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현악 6중주’ 편성이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 제2악장(안단테 마 모데라토, d단조, 2/4박자)은 주제와 6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변주곡이다. 전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악장으로, 혹자는 ‘브람스의 눈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처음에 비올라에서 나타나는 민요풍 주제는 단순하면서도 정력적이어서 베토벤적인 인상을 풍긴다. 제1변주에서 제3변주까지는 분절성과 활동성이 차츰 가중되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지만, 제4변주에 이르면 이제까지의 긴장이 누그러지며 조성도 온화한 D장조로 바뀐다. 제5변주는 주제에서 꽤 멀어진 모습으로 새로운 인상을 빚어내고, 제6변주는 다시 d단조로 돌아가 주제 선율이 거의 원형 그대로 나타나지만 그 강도는 약해져 첼로에서 비가처럼 흘러나온다. 마치 꿈꾸듯 미묘하고 신비로운 기분을 자아내는 종결부는 다시금 슈베르트(‘죽음과 소녀’)를 연상시킨다.

 

  • naverCast / 브람스, 현악 6중주 1번

Selected Sound

J. Brahms / String Sextet No.1 in B flat major, Op.18, 2nd Movement

Performer

  • The KNUA String Ensemble: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상민교수(KNUA 음악원 기악과)가 지도하는 현악연주그룹

Composer

  • Johannes Brahms: 독일 함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작곡가, 지휘자

브람스의 현악6중주 1번 앨범 이미지
J. Brahms / String Sextet No.1 in B flat major, O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