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S. Bach / Ruht wohl, ihr heiligen Gebeine from "St. John Passion", BWV 245 解說
‘수난곡Passion’이란 성경의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장면을 작곡한 일종의 극음악이다. 예수, 베드로, 유다, 빌라도, 군중 등 성경 속의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이 맡은 역할을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노래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이탈리아 오페라와 별 차이가 없지만, 사건의 진행을 설명하는 ‘복음사가Evangelist’가 등장한다는 점이 오페라와 다르다. 극중 역할을 연기하는 가수들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9~10세기에 작곡이 시작된 단선율의 수난곡은 성경 구절에 음정을 붙여 높낮이 있게 노래하는 단순한 형태였지만, 음악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모테트풍의 수난곡, 폴리포니 수난곡을 거쳐 17세기 말부터는 오라토리오풍의 수난곡이 등장했다. 오페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난곡도 이 영향으로 더욱 연극적인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한 수난곡’은 성경에서 요한복음서에 실린 그리스도 수난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든 작품으로, 16세기에 라수스, 빅토리아 등이 라틴어 대본을 토대로 작곡한 가톨릭 수난곡, 그리고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바탕으로 한 17세기 쉬츠, 18세기 초 헨델 등의 요한 수난곡이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바흐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은 바흐의 교회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연주 규모도 큰 편이지만, 원래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의도로 작곡된 음악이 아니다. 이 곡의 초연은 작센 신교 본산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 성금요일(부활절 이틀 전 금요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리는 날) 전례의 일부로 이루어졌다. 비통한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 비해 ‘요한 수난곡’은 명상적이고 관조적이다. 과거에 ‘마태 수난곡’이 바흐의 대표적인 수난곡으로 꼽히고 더 많이 연주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요한 수난곡’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연주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바흐 수난곡의 수용사를 살펴보면 이 ‘요한 수난곡’은 오랫동안 ‘마태 수난곡’의 그늘에 가려 ‘마태 수난곡’ 만큼의 비중을 갖지는 못했다. ‘마태 수난곡’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발굴로 1829년 베를린에서 공연되면서 ‘바흐 르네상스’를 이끌어냈다는 극적인 사건과 결합되었지만, ‘요한 수난곡’의 경우에는 판본이 다양하다 보니 작품 성립의 역사적 전개과정이 그리 뚜렷이 부각될 수 없었고 교회 전례에 사용된 ‘기능 음악’이라는 한계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요한 수난곡’은 1724년본, 1725년본, 1732년본, 1748/49년본으로 모두 4개본이 있다. 바흐는 이 곡을 다시 공연할 때마다 많은 손질을 가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서에 묘사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언제나 하느님의 아들이며 왕이지만, 그와 동시에 모욕당하고 고통을 겪는 한 남자의 모습이다. 이 복음서는 그리스도 수난의 각 단계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대신 재판관 빌라도 앞에 선 예수에게 집중한다. 그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가 얼마나 당당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로 신성을 발하는가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요한 수난곡’은 예수의 고통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면서 참회하게 하는 ‘마태 수난곡’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는다. 이제까지 대체로 ‘마태 수난곡’이 ‘요한 수난곡’보다 더 인기 있었던 이유도 연민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 지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도 요한의 텍스트가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고 주변 인물과 상황에 주의를 덜 기울이다 보니, 베드로의 배신과 참회나 유다의 배신과 회한 등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할 수 있는 아리아가 사라졌고, 청중의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의 기회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처럼, ‘요한 수난곡’을 이성적이며 관조적인 작품이라고 부르게 된 가장 중요한 근거는 텍스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요한 수난곡’의 1부는 유다의 배신과 예수의 체포, 베드로의 부인을 다룬다. 해설자인 ‘복음사가’가 사건을 설명한 뒤 실제 상황의 장면이 등장하고 그 뒤에 감상자의 코멘트가 따른다. 이는 일반적인 수난곡의 구성 방식이며, 전례에 참여하는 교인들의 감정이입을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요한복음서의 수난 묘사는 예수의 체포로 시작되는데, 마태복음서와는 달리 묘사는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대사제 가야파의 장인인 안나스의 심문은 세코 레치타티보로 작곡되었고, 안나스가 예수를 묶어 가야파에게 보낼 때 ‘저를 죄의 사슬에서 풀어주소서’라는 첫 아리아가 등장한다.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한 뒤 닭이 우는 장면 역시 ‘마태 수난곡’과는 차이가 있다. 마태복음서에서는 베드로가 후회하며 몹시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요한복음서는 부인한 사실만 기록했다. 베드로의 회한과 눈물을 묘사하는 아리아 대신 ‘요한 수난곡’에서는 콘티누오의 화성으로 닭울음을 또렷하게 묘사한다. 1부의 주요곡은 다음과 같다.
1) 1곡: 합창 'Herr, unser Herrscher'(주여, 우리를 다스리시는 이여)
2) 3곡: 코랄 'O grosse Liebe'(오, 거룩한 사랑)
3) 7곡: 알토 아리아 'Von den Stricken meiner Sunden'(저를 죄의 사슬에서 풀어주소서)
4) 9곡: 소프라노 아리아 'Ich folge dir gleichfalls'(당신을 따르렵니다)
5) 10곡: 레치타티보 - 복음사가, 하녀, 베드로, 예수, 하인(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6) 11곡: 코랄 'Wer hat dich so geschlagen'(누가 주님을 그토록 매질하였습니까)
7) 12곡: 레치타티보 -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2부는 빌라도의 심문과 매질, 판결과 십자가형, 예수의 죽음, 매장을 다룬다. 바흐는 이 사건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빌라도의 미온적인 대응과 군중의 공격성을 ‘이 사람이 죄인이 아니라면’이라는 합창곡에서 음악적으로 또렷이 보여준다. 군중은 힘을 실은 상향음계를 타고 빌라도를 비난하며 격렬하게 예수를 고발하고, 그 대신 바라바를 풀어달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빌라도 앞에서 당당하게 진리를 이야기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태도와 그를 묘사하는 바흐의 음악은 ‘요한 수난곡’의 핵심을 이룬다. 바흐는 빌라도와 예수 두 인물을 모두 저음 가수(베이스-베이스 또는 바리톤-바리톤)가 노래하게 해 두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과 균형을 추구했고, 이들의 목소리가 테너인 복음사가와 뚜렷이 대조를 이루게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시관을 쓰는 고통의 탁월한 음악적 묘사가 돋보이며, 빌라도가 ‘이 사람을 보라’라고 외칠 때 조성이 갑작스럽게 G단조에서 F단조로 떨어지는 효과도 뛰어나다. 58곡 알토 아리아의 ‘다 이루었다’는 6개의 하강음계로 형성되는데, 이는 예수의 마지막 말씀인 ‘다 이루었다’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2부의 주요곡들은 다음과 같다.
1) 23곡: 합창 'Ware dieser nicht ein Ubeltater'(이 사람이 죄인이 아니라면)
2) 29곡: 합창 'Nicht diesen, sondern Barrabam'(그가 아니라 바라바를 놓아 주시오!)
3) 31곡: 베이스 아리아 'Betrachte, meine Seele'(생각하라, 내 영혼이여)
4) 33곡: 합창 'Kreuzige, kreuzige!'(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5) 50곡: 합창 'Schreibe nicht: der Juden Konig'(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마시오)
6) 58곡: 알토 아리아 'Es ist vollbracht'(다 이루었다)
7) 68곡: 코랄 'Ach, Herr, lass dein lieb Engelein'(아, 주여, 주님의 천사들로 하여금)
- 이용숙 / 서울시향 2018 바흐의 요한 수난곡 ①, ② : 명상과 관조로 바라본 그리스도의 수난
Selected Sound 鑑賞
J. S. Bach / Ruht wohl, ihr heiligen Gebeine from "St. John Passion", BWV 245
Conductor 略歷
· Jos van Veldhoven: 네덜란드의 합창 지휘자
Composer 略歷
· Johann Sebastian Bach: 독일의 작곡가, 오르가니스트, 쳄발로 연주자, 교회 음악가
Johann Sebastian Bach / St. John Passion, BWV 245
'classic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제 /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 3악장 미뉴에트 (0) | 2022.04.22 |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1번, K. 467 (0) | 2022.04.20 |
멘델스존 /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0) | 2022.04.15 |
마스네 / 오페라 “타이스”의 명상곡 (0) | 2022.04.13 |
마스카니 /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0) | 2022.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