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자는 죽은 자나 다름없다 /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이원설, 강헌구 저) 중에서
鑑賞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말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그 동안 많은 실험들이 행해졌다. 13세기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프레드릭 2세(Frederic II)는 세상과 단절된 산 속에 갓난아기 3명을 두고, 이들이 자라면서 처음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관찰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 한마디의 말도 배우지 못하고 의사소통의 욕구가 좌절되어 버린 이 세 아이들은, 어떤 말도 남기지 못한 채 모두 유년기에 죽어버렸다.
물론, 이 사례가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말을 한마디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먹을 것이 많고 몸을 보호할 집과 의복이 있더라도 말이 없으면, 인간은 결국 죽게 될 것이고, 따라서 사람에게서 말을 빼앗는 것은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말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말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면서 존재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렇게 중요한 말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이 너무 많아서, 말만 앞서서, 그리고 말이 너무 심해서 서로 멸시하고 증오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서는 쉴새 없이 어떤 소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건 그냥 소리일 뿐, 말이 아닙니다.
어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하는 도중, 시간을 무제한으로 줄 테니 자신에 대하여 말해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5분 이상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당신 아버지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 역시 2분을 넘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저희 아버지는 근엄하고 성실하신 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하신 것 같아도 내면은 아주 자상하신 분입니다. 저는 아버지를 존경합니다”라고 하더랍니다.
이러한 예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최고의 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S전자의 어떤 임원은 신입사원 면접시험시 모든 질문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나가기 직전에 그들에게, 혹시 잘못 대답했거나 묻지 않아서 하지 못한 말이나 덧붙일 말이 없느냐고 묻는답니다.
그러면 100명중에 97명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겨우 두세 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자기를 뽑아달라고 어필한다고 합니다. 그 임원은 그런 적극적인 사람, 기회만 있으면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을 원하지만, 그런 젊은이를 찾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서 탄식합니다.
이렇게 자기에 대해서 할 말이 거의 없는 우리 젊은이들은, 앞에서 소개한 ‘말을 못해 죽어 버린 어린이들’의 사례대로 표현하자면, 지금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육체는 건강할지라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해 자존감을 잃은 영혼은 깊이 병들기 때문이지요.
입을 열어 스스로를 표현하십시오. 그럼으로써 얻게 되는 자존감이 여러분의 생명을 이어주는 양식이 될 것입니다.
-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자는 죽은 자나 다름없다 /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이원설, 강헌구 저) 63~65쪽
- 저자
- 이원설, 강헌구
- 출판
- 한언
- 출판일
- 2011.07.01
이원설, 강헌구
略歷
저자 이원설은 1930년 황해도에서 출생햇다. 오하이오 노던대에서 정치학사,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원에서 역사학박사, 오하이오 노던대에서 명예문학박사, 린치버그대와 에이드리언대에서 각각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경희대 사학과 조교수 및 부교수, 문교부고등교육국장 및 초대 주미장학관, 에이드리언대 역사학교수, 벨기에 루벤대 초빙교수, 경희대 대학원장 및 부총장, 세계대학총장회 사무총장, 그리고 한남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또한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이사장, 세계대학총장회 동북아위원회 위원장, 기독교리더십연구원 이사장, 아세아-태평양 기독교학교연맹 연합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혁명시대의 미래관』 『50년 후의 약속』 등의 한글 저서 12권, 『Beyond Ideology, Korean Exodus』 등 영문 저서 12권이 있으며, 1976년부터 1999년까지 코리아 헤럴드지에 칼럼을 썼다.
저자 강헌구는 1949년 출생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남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83년 이후 장안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5년에 '수원비전스쿨'을 설립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비전형성 교육에 힘쓰고 있다. 1998년부터 경기방송과 대전극동방송 라디오에서 '21세기 꿈터', '생방송 시사 21'을 진행하면서 비전의 힘과 역동성, 형성원리, 그리고 현실 삶 속에서 비전을 실현하는 리더십원리를 전파하고 있다. 저서로는 [Mom CEO],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비전학 서설] 등이 있다. 대표작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꿈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다. 70여 편의 이야기와 함께 비전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이며 그것을 현실 삶에서 성취하는 방법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라흐마니노프 / 환상 소곡 중 “엘레지 E♭ 단조”
Sergei V. Rachmaninoff / Morceaux de Fantaisie, Op.3, No.1: “Elegy in E Flat 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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