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원(테너) / 떠나가는 배(변훈 곡 / 양중해 시), 이별의 노래(김성태 곡, 박목월 시) 槪說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난 바닷가에 홀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가곡 <떠나가는 배>의 노랫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양중해(梁重海, 1927~2007, 제주 제일중학교 국어교사, 훗날 제주대 사범대 학장 역임)의 시(詩)다. 평론가들은 이 시만큼 섬사람 특유의 이별의 정한(情恨)을 애절하게 담은 시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勃發)하자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피난처로 삼았으며, 그 중에는 화가 이중섭(李仲燮, 1916~1956)도 있었고 소설가 계용묵(桂鎔默·1904∼1961)과 시인 박목월(朴木月, 1916∼1978), 작곡가 변훈(邊焄, 1926~2000)도 있었다. 제주 토착 시인 양중해에게 계용묵은 그의 절친한 문학 동지였고, 1950년대 초 제주에 잠시 머물다 뭍으로 되돌아간 시인 박목월은 그의 술친구였다고 하며, 작곡가 변훈은 제주 제일중학교 재직시절에 함께 근무한 동료 교사였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양중해와 박목월의 시를 노랫말로 한 가곡, <떠나가는 배>와 <이별의 노래>는 모두 1952년 전시 피난처에서 변훈과 김성태(金聖泰, 1910~ 2012)에 의해 각각 작곡되고 발표된 후, 한동안 묻혀 있다가 1960-70년대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리 가곡이 재조명되면서 국민 애창곡이 된 명곡들이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애창(愛唱)으로 끝나지 않았고 노랫말의 실존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이와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신문과 방송, 문예잡지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매체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후담(後談)이 있으며, 파문의 중심에 시인 박목월이 있었다.
호사가(好事家)들은, <이별의 노래>와 <떠나가는 배>로 이미 잘 짜여진 각본에 남녀 주연급 배역만 정해지면 그럴듯한 한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음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거기에 저명한 문인과 미모의 가냘픈 문학소녀가 주연으로 등장한다면 흥행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 내용을 개괄하면 이렇다.
목월을 따르던 미모의 문학소녀와 박시인은 1952년 제주도로 잠행(潛行)을 하게 되고, 목월 부인의 묵시적인 회유와 문학소녀 부친(목사)의 적극적인 회유로 두 사람은 마침내 이별을 하게 된다. 문학소녀가 찾아온 부친과 함께 제주도를 떠나기 전날 목월은 <이별의 노래>를 지어 연인에게 석별(惜別)의 선물로 전했고, 훗날 이 시에 김성태가 곡을 붙여 탄생한 곡이 바로 <이별의 노래>라는 것이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 ~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 ~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별의 노래 / 박목월 시
밤이 지나 목월을 따르던 문학소녀와 그 부친이 제주도를 떠나는 날, 목월은 시인 양중해와 함께 제주항에 나가 떠나는 부녀를 배웅했고, 두 사람이 돌아오는 길에 양중해가 선술집 벽지를 뜯어 즉흥적으로 그들의 석별을 시로 썼으며, 후일 그 시에 변훈이 곡을 붙여 발표한 곡이 바로 <떠나가는 배>라고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곡의 노랫말은 한동안 변훈의 가곡 <명태>의 작사가 양명문(楊明文, 1913~1985)의 시로 알려져 있다가 이 또한 아주 극적으로 양중해의 시로 밝혀지게 된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임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터져 나오라 애슬픔 물결위로 한 된 바다
아담한 꿈이 푸른 물에 애끓이 사라져 나 홀로
외로운 등대와 더불어 수심 뜬 바다를 지키련다
저 수평선을 향하여 떠나가는 배 오! 설운 이별
임 보내는 바닷가를 넋없이 거닐면 미친듯이
울부짖는 고동소리 임이여 가고야 마느냐
떠나가는 배 / 양중해 시
어떻든, 사실 여부를 떠나 내용상으로 보면 마치 6.25 전쟁을 배경으로 연출된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이지만, 모두 고인이 된 지금, 당사자들로부터 확인할 길은 없으나 그간의 밝혀진 당시 박목월의 행적에 의하면 1954년도에 잠시 제주도에 체류했던 것으로 보아, 이 이야기의 시점(時點)과 시차가 무려 2년 이상이나 된다. 가곡이 작곡된 시기와 두 사건의 발생 시점간의 시차 등을 감안할 때, <떠나가는 배>와 <이별의 노래>에 대한 세간의 후담(後談)은 어느 호사가의 상상력에 의한 허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모두 지나간 일이지만, 목월이 제주도에 잠시 머물 때, 묵었던 여관집 아들의 상세한 증언이 어떤 신문에 소개되어 세인의 주목을 받은 일도 있었고, 아직도 인터넷상에는 관련 내용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 같다.
고인은 말이 없고, 호사가의 상상력은 수면 위 파문처럼 퍼져 나갈 것이나, 더 이상의 무분별한 확산이 자제되기를 바랄 뿐이다.

- 아티스트
- Various Artists
- 앨범
-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듣는 아름다운 한국가곡
- 발매일
- 1970.01.01
Selected Sound 鑑賞
박세원(테너) / 떠나가는 배(변훈 곡 / 양중해 시)
Performer 略歷
· 박세원(朴世源): 서울대 음대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하고 1982년 로마에서 데뷔해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과 일본에서 주역가수로 활약했으며, 귀국 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오페라연구소 소장,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 등을 역임한 1980~9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테너.
Composer 略歷
· 변훈(邊焄): 1926년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연희전문 상과,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52년 외무부에 들어가 1981년까지 여러 나라의 외교관으로 재직하였다. 「명태」, 「한강」, 「쥐」 등을 작곡한 작곡가로 그의 작품은 한국적 리얼리즘 가곡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세원(테너) / 이별의 노래(김성태 곡 / 박목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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